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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일생

이광수의 '그 여자의 일생'을 읽다 책을 덮는 순간 손끝에 남은 것은 한 여자의, 아니 한 시대의 무게였다. 이광수의 '그 여자의 일생'은 마른 빨래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돌덩이다. 무겁고, 차갑고, 그러나 분명히 이 땅에 존재했던 어떤 실체다 . 1933년, 일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거리를 정선영이라는 여자가 걸었다. 기생 출신 어머니와 몰락한 양반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경계에 선 존재였다. 이광수는 그런 그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아마도 모든 경계에 선 존재들의 고통을,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의 불빛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 여성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밥을 짓고, 아이를 낳고, 옷을 꿰매는 존재로..
이광수의 '그 여자의 일생'을 읽다

책을 덮는 순간 손끝에 남은 것은 한 여자의, 아니 한 시대의 무게였다. 이광수의 '그 여자의 일생'은 마른 빨래처럼 바람에 펄럭이는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돌덩이다. 무겁고, 차갑고, 그러나 분명히 이 땅에 존재했던 어떤 실체다 .
1933년, 일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조선의 거리를 정선영이라는 여자가 걸었다. 기생 출신 어머니와 몰락한 양반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경계에 선 존재였다. 이광수는 그런 그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아마도 모든 경계에 선 존재들의 고통을,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의 불빛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
여성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밥을 짓고, 아이를 낳고, 옷을 꿰매는 존재로 점묘되어왔다. 그러나 밥을 짓는 손과 아이를 낳는 몸과 옷을 꿰매는 눈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광수는 그 '뒤'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격랑이었다. 사랑과 배신, 희생과 원망, 포기와 투쟁이 공존하는 내면의 바다였다 .
선영이 김중배와 나눈 사랑은 마치 두 개의 섬 사이에 잠시 놓인 다리와도 같았다. 그 다리는 튼튼하지 않았다. 신분의 벽, 가문의 벽, 그리고 시대의 벽에 의해 그 다리는 흔들렸고, 마침내 무너졌다. 선영은 다시 홀로 남겨졌다. 그렇게 그녀는 조점순이라는 낯선 섬으로 떠밀려갔다 .
원하지 않는 결혼. 그것은 여성에게 감옥이었다. 꼭 맞는 신발이 아니라 누군가의 발에 맞추어진 신발을 신고 걸어야 했던 선영의 발은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났다. 남편은 무관심했고, 가난은 매서웠다. 그녀는 새벽부터 밤까지 일했다. 그 모든 것은 자식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식들조차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장남과의 갈등은 그녀의 심장을 갈랐다 .
이광수의 문장은 가끔 말랑말랑하다 싶다가도 어느새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선영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지나온 세월이 불빛처럼 번쩍였다." 이런 문장들이 독자의 등을 훑고 지나간다. 그것은 감정의 홍수가 아니라 생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다 .
삶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고, 망원경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이광수는 두 렌즈를 번갈아 사용한다. 때로는 선영의 손가락 끝에 맺힌 물방울 하나까지 세밀하게 포착하고, 때로는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휩쓸어가는지 조망한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여자의 일생'이라는 것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
말년의 선영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자신의 삶이 헛되었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것에 의미를 부여했을까. 이광수는 그 답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선영의 고요한 죽음을 통해 모든 것이 흐르고 지나간다는 소박한 진실만을 드러낼 뿐이다 .
빗소리가 들린다. 창밖에선 세상이 쏟아진다. 90여 년 전 이광수가 쓴 이 소설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선영의 얼굴에서 우리 어머니의, 할머니의, 그리고 더 멀리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인들의 얼굴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모두 역사라는 고래의 뱃속에서 춤을 추었던 존재들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춤을 추었던 이름 없는 여인들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는가. 이광수의 '그 여자의 일생'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동시에 본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여성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와 그 속에서도 빛나는 생명력을 동시에 포착한 이광수의 시선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달라졌는가, 얼마나 같은가. 그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여자의 일생'이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메시지라는 사실이다 .
책을 덮는 순간 손끝에 남은 것은 한 여자의, 아니 한 시대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는 여전히 우리의 어깨 위에 얹혀 있다 .

글 서지윤
이광수 (1892-1950)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
작가로, 우리 문학사에서 소설, 시, 수필, 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친 인물입니다. 춘원(春園)이라는 필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생애와 시대적 배경 189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이광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과 고아의 설움을 겪었습니다. 오산학교에서 공부한 후 일본 메이지학원과 와세다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이 과정에서 근대적 사상과 문학을 접했습니다. 그는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목격하며 자신의 문학적 소명을 발견했습니다 .
일생동안 이광수는 문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교육자, 언론인, 독립운동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3.1운동 당시에는 독립선언서 작성에 관여하고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친일 활동으로 전향한 것은 그의 생애에 큰 논쟁점이 되었습니다 .
문학적 성취 이광수는 1917년 발표한 장편소설 '무정'으로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작품은 신교육과 자유연애 등 근대적 가치관을 선보이며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
주요 작품으로는: - '무정'(1917):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받는 작품 - '흙'(1932): 농촌계몽과 민족의식을 담은 대표작 - '그 여자의 일생'(1933): 일제 강점기 여성의 수난과 삶을 그린 작품 - '사랑'(1938):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 - '유정'(1933): 자전적 요소가 담긴 연애소설 - '재생'(1924): 개인의 윤리적 각성과 재생을 다룬 작품 그의 문학은 계몽주의적 성격이 강하며, 개인의 자아실현과 민족의 자각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특히 여성 인물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보편적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
문체와 스타일 이광수의 문체는 명료하고 직설적입니다. 그는 복잡한 수사보다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선호했으며, 이는 그의 계몽주의적 문학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인물의 심리 묘사에 뛰어났으며,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삶과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
또한 그는 문학을 통해 당대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서구의 근대적 사상과 한국의 전통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던 그의 노력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
역사적 평가와 논쟁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그의 친일 행적은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1939년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어로 작품을 발표하는 등 친일 활동을 한 것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
해방 후에는 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었으며,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납북되어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현대적 의의 오늘날 이광수의 문학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 한국인의 내면 세계와 사회적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한 귀중한 자료이자,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모색한 지적 여정의 산물로 읽힙니다 .
비록 그의 삶에 논쟁적인 부분이 있지만, 이광수가 한국 근대문학의 토대를 놓았다는 사실과 그의 작품들이 갖는 문학적 가치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으며, 한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이광수의 문학은 격변기 한국 사회의 모습과 인간의 보편적 고뇌를 담아내며,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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