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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로

수평선 너머로, 그 답없는 질문의 순간들 바다의 끝자락에 서서 가만히 응시하는 그 수평선.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는 그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를 향한 갈망의 서사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하던 그 혼돈의 시간. 전통의 무게와 서구 문물의 매혹 사이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문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정말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가?" 주인공의 시선은 언제나 수평선을 향해 있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가능성의 메타포이자, 꿈꾸는 자의 지평선이다. 그가 바라보는 수평선은 때로 희망으로, 때로 절망으로 다가온다. 마치 삶이라는 여정처럼. 김동인은 서사의 틀 안에 심리의 풍경을 세밀하게 펼쳐 보인다. 그의 문..
수평선 너머로, 그 답없는 질문의 순간들

바다의 끝자락에 서서 가만히 응시하는 그 수평선.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는 그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를 향한 갈망의 서사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하던 그 혼돈의 시간. 전통의 무게와 서구 문물의 매혹 사이에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문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정말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가?"

주인공의 시선은 언제나 수평선을 향해 있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가능성의 메타포이자, 꿈꾸는 자의 지평선이다. 그가 바라보는 수평선은 때로 희망으로, 때로 절망으로 다가온다. 마치 삶이라는 여정처럼.


김동인은 서사의 틀 안에 심리의 풍경을 세밀하게 펼쳐 보인다. 그의 문장은 마치 섬세한 붓질로 그린 수묵화처럼 내면의 요동치는 파도를 담아낸다. 그렇게 "수평선 너머로"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한 존재의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김동인의 소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눈에 보이는 경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그 너머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삶의 추진력임을 "수평선 너머로"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굴절된 빛처럼, 우회하는 문장으로 — 김동인이라는 작가

누구도 김동인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를 '한국 근대 소설의 선구자'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삶과 문학이 지닌 복합적 결을 지워버리게 된다. 그를 '모더니스트'라 명명하는 순간, 그의 작품이 품은 전통과의 대화를 놓치게 된다. 그를 '개인주의자'라 단정 짓는 순간, 그가 포착한 시대의 집단적 무의식이 사라진다.


1900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1951년 서울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51년은, 한반도가 겪은 격변의 시간과 겹쳐진다. 조선왕조의 마지막 숨결, 일제강점기의 어둠, 해방의 혼란, 그리고 한국전쟁의 비극까지. 이 압축된 시간 속에서 김동인은 글을 썼다. 아니, 어쩌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의 문학적 데뷔는 1919년 《창조》 창간호에 발표한 단편 「약한 자의 슬픔」이었다. 그리고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배따라기」, 「감자」, 「광화사」, 「붉은 산」 등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나갔다. 특히 「감자」는 자연주의적 기법으로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조건 사이의 긴장을 포착해내며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김동인의 문학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심리와 욕망에 천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심층에는 언제나 시대의 균열이 스며있다. 그의 문장은 때로는 지나치게 명료해 보이다가도, 문득 불투명한 심연을 드러낸다. 마치 평온한 수면 위로 갑자기 솟아오르는 암초처럼.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근대성이라는 커다란 파도가 전통의 해안을 어떻게 침식해 들어오는지,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의식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포착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물론 그의 문학적 여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1930년대 후반 친일 행적은 그의 문학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다. 김동인을 읽는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과 균열을 직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지닌 미학적 성취와 역사적 오점을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삶과 문학 역시 복잡하게 얽혀있다.


김동인이 남긴 문학적 유산은 단순한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기 전 격변하는 한반도에서,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려 했던 한 작가의 분투다. 그 분투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우리가 김동인을 읽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문학을 복원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긴장,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을 다시 사유하는 작업이다.


김동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수평선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그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김동인이라는 작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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