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쓸쓸한 자유의 궤적 - 나혜석의 『경희』를 읽다
문학은 종종 시대의 전방에 선다. 나혜석의 『경희』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문학사의 전초기지와도 같은 작품이다. 당대 여성의 자아실현과 독립에 관한 문제의식을 '경희'라는 인물을 통해 전개해나가는 이 소설은, 단순한 픽션을 넘어 당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평이자 선언문이다 .
경희는 비극적이다. 그러나 그 비극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시대와 불화하는 자의 필연적 귀결이다. 여기서 나혜석은 여성 인물을 통해 근대적 자아의 탄생 과정을 그려낸다. 그것은 고통스럽고, 외롭고, 때로는 파멸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하지만 그 고통과 외로움과 파멸의 이면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다 .
나혜석은 경희를 통해 묻는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인간의 자유란 가능한가?" 이 질문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더욱 첨예하게 물어야 할 질문인지도 모른다 .
경희의 삶은 불완전하고 파편적이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과 파편성 속에서 우리는 한 인간의 고투를 발견한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으로서의 고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고투다. 나혜석은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경희를 창조했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문학은 때로 시대를 앞서간다. 나혜석의 『경희』는 그렇게 시대를 앞서가며,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오래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경희처럼 서 있다 .
시대와의 불화, 나혜석이라는 이름의 저항 - 한국 근대사의 위대한 '불손함'에 관하여
나혜석이라는 이름 앞에서 문학사는 침묵한다. 아니, 침묵해왔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가 침묵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이 묻혀 있기 마련이다. 나혜석이라는 존재는 20세기 초 한국 사회에 던져진 하나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강렬하게 제기되었기에 답변 대신 침묵을 받았다 .
1896년 태어나 1948년 세상을 떠난 그녀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티한 서사로 읽힌다.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경희」를 비롯한 소설과 수필로 문단에 등장한 작가, 「이혼고백서」를 통해 봉건적 결혼제도에 도전한 페미니스트. 이 모든 수식어는 그녀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나혜석은 단지 '최초'였던 것이 아니라, 그 '최초'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한 인물이었다 .
나혜석의 작품세계는 그녀의 삶과 분리해 읽기 어렵다. 그것은 자전적이라는 협소한 의미가 아니라, 그녀의 텍스트가 곧 현실에 대한,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응전이었다는 의미다. 「경희」에서 독립적인 여성 인물을 그려내고, 「이혼고백서」에서 가부장제의 모순을 폭로하고, 「현대적 도덕관념에 대하여」에서 여성의 성적 자유를 논할 때, 그녀는 단지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행동하고 있었다 .
식민지 시대와 가부장제 사회라는 이중의 억압 속에서, 나혜석은 '여성'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 살기를 주장했다. 이것이 그녀의 급진성이며, 동시에 비극의 원천이었다. 그녀는 너무 앞서 있었다. 시대가 그녀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사회는 그녀를 '불손한 여자'로 규정하고 주변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