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얼굴은 달라졌어도, 질문은 같다
우리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확실히 예전보다야 낫지. 강경애의 『인간문제』 속 세상과 비교하자면 우리 세상은 꽤나 살 만해졌다. 그렇지 않은가? 일제강점기 공장 여공들의 열두 시간 노동, 찬밥 한 덩이로 버티는 하루하루, 감독관의 성희롱을 견뎌야 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허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건 참 묘한 일이다. 나는 『인간문제』를 처음 읽었을 때, 먼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익숙한 데자뷰 같은 감정을 느꼈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깔린 본질적인 '인간문제'는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
일단 표면적인 것들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는다. 여공들은 열두 시간 이상 노동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도 있고, 노동조합도 합법이다. 여성들은 투표권도 있고, 대학에도 가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넓어졌다. 이런 것들은 강경애의 주인공 선비가 꿈꾸었을 변화다....
눈물로 쓴 글씨, 강경애
강경애는 땅에서 솟아난 작가였다. 1906년 함경남도 성진에서 그녀는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새 장가를 들었다. 새어머니 밑에서 그녀는 홀로 자랐다. 일곱 살 때 그녀는 소학교에 들어갔으나, 집안 형편으로 중퇴했다. 학교 대신 그녀는 삶이란 학교에서 배웠다.
열여섯에 그녀는 중국 길림성으로 떠났다. 만주 벌판에서 그녀는 유랑하는 조선인들의 삶을 보았다. 배고픔과 추위, 일제의 탄압은 일상이었다. 스무 살, 그녀는 만주에서 결혼했으나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시집살이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그녀는 글을 썼다. 글은 그녀의 숨구멍이었다.
1931년, 그녀의 첫 소설 '소금'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듬해 '어머니와 딸'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도 당선됐다. 두 작품 모두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그렸다. 그녀는 쓰라린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글은 무기였다. 그녀는 그 무기로 부조리한 세상과 싸웠다....